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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먹의 아들, 챔피언 주먹을 만들다
글쓴이 문갑식  2011-07-23 18:47:03, 조회 : 1,675

[Why] [문갑식의 하드보일드] 주먹의 아들, 챔피언 주먹을 만들다

세계 챔피언 김주희를 키운 정문호 관장
김두한 오른팔이었던 아버지
국도극장·우미관 소유 신인왕전까지 만들었지만 복싱 프로모션으로 망해
"타이틀 10개 채우고 주희 은퇴시켜야죠…체육관도 물려줄거구요"

조선일보 | 입력 2011.07.23 16:02 | 수정 2011.07.23 17:12

 




#소녀, 문(門)을 열다

아버지는 재단사였다. 구두공장 지하에서 가죽 자르고 본드 바르며 청춘을 보냈다. 외환위기 때 실업자가 된 아버지가 이상해졌다. 간단한 셈도 못했다. 화나면 어린아이였다. 겉옷 없이 겨울 거리를 몇 시간씩 헤맸다. 유명 탤런트와 친척이기도 했던 어머니는 미스코리아 예선에 나갈 정도였다. 그런 어머니에게 오십도 안 돼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짐이었다. 어머니는 두 딸을 버리고 가출했고 그 충격에 아버지의 뇌는 더 악화됐다.

↑ [조선일보]정문호 거인체육관 관장. / 문갑식 기자

생활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딸들이 아무리 아버지를 일으켜 세우려 해도 소용없었다. 비탈의 연속이었다. 지하 월세방은 1년 내내 푸른곰팡이로 뒤덮였다. 집앞에는 각종 세금연체료 고지서가 쌓여갔다.

소녀는 집앞 가게에서 크림빵을 훔쳐먹었다. 손이 자기도 모르게 불쑥 나갔다. 그날 밤 소녀는 뱃속에 들어간 빵의 부피보다 더 울었다. 고작 300원 때문에 나쁜 짓 한 게 속상해 자기 뺨을 마구 때렸다.

언니는 주유소·편의점·호프집, 돈 되는 곳은 어디든 달려갔다. 자신과 아버지의 버팀목이 돼준 언니가 권투에 빠졌다는 걸 동생은 훗날에야 알았다. 1999년 겨울, 운동복을 찾아오라는 언니의 부탁에 동생은 거인체육관 문을 열어젖혔다.

#관장, 소녀를 보다


아버지는 이름난 건달이었다. 김두한(金斗漢)의 오른팔로 키가 190㎝였다. '대한청년단 동대문지부장'이란 직함에 국도극장, 우미관도 갖고 있었다. 평양에서 재산을 모은 할아버지는 가족을 끌고 종로구 관철동으로 내려왔다.

그랬던 가세(家勢)가 권투 때문에 기울어졌다. 한국 최초의 프로복싱 프로모터를 하면서부터다. 겉으론 분명히 남는 장사였다. 그런데도 돈은 손아귀 속 모래처럼 솔솔 새나갔다. 극장이 날아가더니 마침내 상계동까지 이사 가게 됐다.

세 아들은 권투를 했다. 정작 거기 맛 들이게 한 아버지는 극구 반대했다. "막내가 제일 소질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복싱하다 들키면 난리가 났다. 목덜미 잡힌 채 밖으로 끌려나간 적도 많았다. 경희대 1학년 때 결국 글러브를 벗었다.

아버지는 10년 동안 중풍에 시달렸다. 마지막엔 치매까지 앓다 6년 전 세상을 떴다. 아버지는 세 가지를 남겼다. 틀니와 현금 1200원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골목의 거인(巨人)체육관이었다. 그걸 물려받은 아들의 꿈이 하나 있었다.

세계챔피언을 만드는 것이었다. 자기가 못한 꿈을 제자를 통해 이루고 싶었다. 하긴 권투로 신세 망친 아버지도 마지막까지 이렇게 말하긴 했다. "네가 세계챔피언을 배출하는 걸 보고 싶다." 그런데 12년 전 겨울, 인연이 찾아왔다.

"너, 미친년 같다!"

체육관은 허름한 건물 3층이었다. 세계챔피언 김주희가 처음 봤다는 풍경 그대로였다. 샌드백을 두들기는 복서들의 머리에서 무럭무럭 김이 났다. 왕만두 같았다. 정문호(鄭文浩·51) 관장이 일어섰다. 한사코 인터뷰를 피하던 그였다.

―그때 들어온 소녀가 지금 세계타이틀을 7개나 딴 김주희 였군요.

"들어오는데 몸에서 광채가 났어요. 까무잡잡한 언니(김미나)와 달리 예쁘장했어요. 언니 짐을 찾으러 왔다기에 한마디했지요. '너 예쁘구나!' 얼굴이 빨갛게 돼 도망치더군요. 그로부터 한 달 반 뒤 권투를 배우겠다고 왔어요."

―챔피언이 될 소질이 보이던가요.

"재능은 언니가 더 있었지요. 계속했으면 자매 세계챔피언이 됐을 거예요. 주희는 피부가 굉장히 희고 얇아요. 애교도 넘쳤고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애들 빨래도 알아서 해줬고요. 귀티가 넘쳐 집안이 그리 가난한 줄 몰랐어요. "

―피부 고운 게 복서로선 약점이지요.

"몇 대만 맞으면 얼굴이 금세 붉어져요. 얼굴만 보면 만날 진 얼굴이에요, 상대는 멀쩡한데. 몸도 약해요."

―어느 정도이기에요.

"(손가락을 우두득 꺾으며) 이렇게 하면 주희는 뼈가 부러져버려요. 어렸을 때 너무 굶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악성빈혈(貧血)에도 시달렸고요. 지금도 발목 인대가 7㎝나 늘어나 발목이 휙휙 돌아갑니다. 테이핑할 때 아주 조심해야 해요. 발가락 한개도 2㎝ 정도 잘라냈고요. 복부를 심하게 맞으면 하혈(下血)도 해요."

―하혈?

"자궁이 약한 게 집안 내력인가 봐요. 집 나간 어머니도 그렇다고 들었고 주희 언니도 그렇고…. 다른 조건도 안 좋아요. 이해력도 떨어지고."

―말귀를 못 알아듣나요?

"보통 남자들은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알아요. 주희는 하나 가르치면 하나밖에 몰라요. 질문도 끝이 없고요. 남들에겐 한두 마디면 될 걸 그 애에겐 50마디쯤 해줘야 합니다. 답답했지만 남다른 것도 있어요. 꼭 배워야 할건 밤을 새워서라도 해내니까요."

―그래서 8개월 동안 '하나둘(원투스트레이트)'만 가르친 겁니까.

"그게 권투의 기본이니까요. 하나둘이 안 된 복서가 세계챔피언 되는 법은 없습니다. 그거 배우다 다 떨어져 나가는데 주희는 이겨냈어요. 하나둘의 교본(敎本)이 된 겁니다. 그제야 물어봤지요. '꿈이 뭐냐'고."

―뭐라던가요.

"세계챔피언이래요. 반가워서 제가 그랬어요. '너, 나랑 꿈이 같네? 우리 한번 해볼까'. 복부타격법은 그 뒤 가르쳐준 겁니다. 명치를 급소로 알지만 왼쪽 옆구리 갈비뼈가 끝나는 지점, 거기 맞으면 끝납니다. 체조나 피겨로 치면 10점짜리 기술인 셈입니다. 여자복서로서 복부타격법은 주희가 세계최고일 겁니다."

―대신 체력이 약하잖아요.

"매일 새벽 로드워크를 했습니다. 관악산이나 도봉산도 타고. 정상을 두 번 다녀오는데 한 번 내려오면 다시 가기 싫잖아요. 그래서 옷을 정상에 두고 옵니다. 산에 갈 때마다 소원을 빌며 돌 하나씩을 쌓았는데 벌써 꽤 높은 탑이 됐어요. 도봉산에도, 관악산에도 탑이 있어요."

―악바리 같은 면이 있네요.

"보통 여자들은 1라운드 2분을 뛰는데 전 남자처럼 3분으로 연습시켰어요. 세계챔피언이 되려면 10라운드를 거뜬히 소화해야 하거든요. 주희는 그걸 다 따라왔어요. 제가 언젠가 그 아이 훈련하는 걸 보고 '너, 미친년 같다'고 한 적이 있어요. 픽 웃더군요."

―그런데 인터뷰는 왜 그리 피한 겁니까.

"주희가 주인공이지, 스승인 제가 나서면 안 되지요."

관장의 레퍼토리

"관장님은 세계챔피언이 되라고 해놓고는 엉뚱한 주문을 해댔다. 권투 대신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잘 때린다고 권투를 잘하는 게 아니다'면서. 레퍼토리는 정해져 있었다."(김주희 자서전 '할 수 있다 믿는다 괜찮다')

―처음 체육관에 나온 지 얼마 안 돼 그만두려 했다면서요.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하던 아이가 갑자기 안 나와 놀랐어요. 회비 때문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찾아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꾹 참고 기다렸지요. 한 달 만에 다시 왔어요."

― 김주희 가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다는 레퍼토리가 뭡니까.

"첫째 절대 무식해선 권투를 잘할 수 없다, 둘째 책도 열심히 읽어라, 셋째 단원평가·중간고사·기말고사 성적표를 꼭 가져와라, 넷째 성적 떨어지면 체육관에 오지 마라는 겁니다."

―왜 공부를 강조합니까.

"못 배운 복서들의 말로(末路)가 비참하니까요. 한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복서 중 하나라는 A는 지금 해결사 노릇 합니다. KO펀치 자랑했던 B는 룸살롱하고요. C는 큰 병에 걸려 오늘내일 하고요. 그나마 체육관 하는 이는 유제두형과 김태식, 임재근 정도밖에 없어요."

―그런 것까지 생각하는 걸 보면 꼭 아버지 같습니다.

"아이가 하려는데 돈이 없으면 어른인 제가 도와줘야지요. 그때부터 회비 깎아주고 밥도 사주고 했어요. 학교도 부모 대신 갔고 시험일정 알아서 운동도 덜 시켰고요. 어느 날은 반장 어머니가 반(班)에 피자를 돌렸대요. 부러워하는 표정이기에 학교 매점에 10만원 보내서 점심식사 후에 반에 빵 돌린 적도 있어요."

―주희와 동갑인 딸 하나를 뒀다는데 시샘하진 않던가요.

"언젠가 아내와 딸 옷을 사러 나갔어요. 무심코 '주희 것도…'라고 했는데 맞장구를 쳐주더군요. '아 그렇지 주희 것도 사야지'라면서. 아내가 무척 고마웠어요. 그 뒤부턴 딸 책 사면서 주희 것도 하나 더 사고 그랬지요. 주희 몰래 수학여행비를 내준 적도 있는데 다음 날 돌아오더군요. 훈련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보살펴줬는데도 김주희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습니다.

"아버지를 치매요양병원에 보낸 다음이었습니다. 주희가 어머닐 정말 그리워했는데 배신감도 있었을 테고…. 견디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 세월이 10년입니다.

"그 기간 저도 당뇨와 고혈압에 시달리면서 살이 35㎏ 이상 빠졌어요. 간도 나빠졌고요. 주희도 이곳저곳 아프고 제 쪽은 당뇨·고혈압…. 돌이켜보면 둘이 팔자(八字)가 비슷해요."

―주희의 언니는 왜 미국으로 간 겁니까.

"본인의 삶도 있잖아요. 고교 때 전교 1등만 했는데 집안 사정과 동생 때문에 희생을 했지요. 주희가 세계챔피언이 됐을 때 '저도 늦었지만 다시 공부하고 싶다'더군요. 네일아트를 배운다고 들었어요."

―영등포여고 1학년 때 프로로 데뷔해 3학년 때 첫 세계타이틀(IBA)을 획득했습니다.

"상대가 멜리사 세이퍼라고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어요. 멜리사는 8전 전승의 복싱 천재였어요. 남들은 다 질 거라고 했지만 전 이길 거라고 믿었어요. 당시 주희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6라운드에 부러졌지만 왼손 하나로 끝까지 버텼어요."

―9일 전남 완도에서 W IBC타이틀을 따 7개 기구 챔피언(2개 반납)이 됐습니다. 10개 기구 중 앞으로 3개 남았습니다.

"내년 3월 말쯤 미국에서 8번째 IBO 타이틀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빨리 10개 다 채우고 은퇴시켜야지요. 슬슬 체력이 떨어지는 나이가 됐으니까요."

―은퇴하면 뭘 시킬 겁니까.

"내년에 중부대 대학원을 졸업하는데 교수로 갈 거예요. 제 체육관도 주희에게 물려줄 겁니다. 저도 쉬어야지요."

"네가 힘들어하는 거 못 보겠다… 그만두자"

발가락 절단수술 뒤 퇴원 전날 관장님은 나를 휠체어에 태워 병원을 산책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주희야…. 우리 이제 그만두자. 네가 힘들어하는 거 더는 못보겠다" "아니에요, 관장님. 저 다시 해보고 싶어요." (김주희 자서전)

―김주희 못지않게 정 관장의 삶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타계한 선친(정석재)이 실제로 거인이었어요. 체육관에 '거인'이란 이름이 그냥 붙은 게 아닙니다. 동대문 중앙체육관은 공립인데 사립(私立)으론 우리가 제일 오래됐지요. 이 체육관에는 사연이 있어요. 그 많던 돈이 다 없어져 상계동으로 이사 갔을 때 박태준 전 포철 회장이 땅 100평을 사주셨거든요. 거기다 천막 치고 체육관을 만든 겁니다."

―선친이 건달족보론 꽤 위인 것 같은데 도와주는 후배들은 없었나요.

"아버진 주머니에 돈 있으면 후배들 밥 사주고 술 사주는 데 다 썼어요. 저희 아들 셋은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준 적이 없어요.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아 어머니가 마음고생도 심했고요. 오죽했으면 어머니가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도 안 했겠어요."

―원래 육상을 했다면서요.

"주희도 육상을 했지만 저도 양정중·고에서 중장거리 선수로 뛰었어요.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복싱 프로모터를 했기 때문에 김기수·이안사노·강세철씨 같은 분을 삼촌이라 부르며 지냈지요. 그러다 권투를 한거고요."

―선친이 신인왕전을 만든 분인데 왜 자식들 권투하는 건 싫어한 겁니까.

"제가 당시 밴텀급이었는데 아버지가 조금만 밀어줬으면 큰 선수가 됐을지도 몰라요. 권투로 성공하는 게 힘든 걸 아셨으니 그랬을 거예요. 경희대 다닐 때 감독들이 다 아버지 후배였는데 제가 권투하는 걸 알면 불호령을 내렸어요. 솥뚜껑 같은 아버지 손에 맞고 발로 짓밟혔고요."

―그러고도 선친의 대소변을 10년간 받아냈지요.

"아버지는 아버지잖아요. 아버지가 임종 직전 정신이 돌아와 목욕까지 마친 뒤 그러시더군요. '너희들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올 5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같았어요. 제게 고맙다고. 사람이 마지막엔 그렇게 잠깐 정신이 맑아지는 모양이에요."

―아버지가 남겼다는 1200원은 뭐에 썼습니까.

"쓰긴요, 유리병에 담아 아직도 보관하고 있어요."

―60~70년대는 복싱의 전성기였는데 왜 '망한 프로모터'가 된 겁니까?

"당시 복싱 인기가 대단하긴 했지요. 동대문운동장 수영장을 개조해 링을 만들었는데 가마니로 돈을 받던 시절이니까요. 하지만 정전(停電)이라도 되면 환불해주고 외국선수가 약속을 어기고 한국에 오지 않으면 손해배상해주는 식이어서 남는 게 없었어요."

―경희대를 2학년까지 다니다 그만뒀습니다.

"집안이 그만큼 어려웠어요. 중·고교 다닐 때부터 그랬어요. 상계동에서 태릉까지 걸어와 청량리에서 서울역까지 전차 타고 온 뒤 다시 학교까지 걸어 다녔으니까요. 학교 그만두고 입대해 3년 꽉 채우고 제대해보니 집을 문래동으로 옮겼더군요."

―그런데도 체육관을 한 걸 보면 권투에 대한 집념이 대단합니다.

"아버지가 한때 체육관 팽개치고 닭 키우고 돼지를 키웠어요. 마지막엔 오뎅(어묵)배달까지 했고요. 어느 날인가 친척 결혼식이 정동 문화체육관 근처에서 있었어요."

―거기가 예전에 신인왕전 하던 곳인데.

"하필이면 그날 아버지가 만든 신인왕전이 거기서 열리고 있었대요. 순간 잊었던 권투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답니다. 아버진 오뎅장사 때려치우고 다시 체육관에 매달렸어요. 저도 제대 후 놀 때여서 '6개월만 돕자'는 심정으로 체육관에 나가게 된 겁니다."

―체육관은 잘됐습니까.

"무작정 상경한 소년들이 많던 시절이었어요. 영등포역에 내린 애들이 대개 거칠어요. 하루 100명 이상 운동했는데 40~50명은 갈 곳이 없어 체육관 바닥에서 잤어요. 제가 제 일로 경찰서에 간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제자들 말썽 해결하러는 100번도 넘게 갔을 거예요."

드라마는 계속된다

"관장님은 체육관을 연 뒤 내 챔피언 벨트부터 닦는다. 왜 그러시느냐고 물어보면 이런 답이 나온다. '다음에 누가 챔피언이 될지 모르지만 깨끗하게 간직하고 있다가 남겨주려고'. 그때마다 내 가슴이 뭉클해진다."(김주희 자서전)

―복싱을 직접하는 것과 가르치는 건 다른 일이죠.

"맨 먼저 제가 한 게 관행을 바꾼 겁니다. 당시만 해도 대전료가 선수에게 가지 않았습니다. 관장이 먹이고 입히고 재워줬으니까요. 전 반드시 대전료를 공개하고 정확하게 나눴어요. 주희하고도 그럽니다."

―지도자 생활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챔피언이지요?

"주희 이전에 동양챔피언은 몇명 배출했지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세계챔피언은 타고난다고. 노력, 성실도 필요하고 '깡'도 있어야 하지만 돈도 필수거든요. 이런 게 다 맞아떨어지려면 역시 타고나야 합니다."

―김주희가 성공하자 빼내가려는 시도는 없었나요.

"있었지요. 그 사람들이 대전료 문제를 거론했대요. 제가 선수 몫 빼돌렸다고. 그때 주희가 그랬대요. '관장님이라면 제 돈 다 갖고 가도 된다'고요."

―복싱계 풍토도 그렇군요.

"스타 출신 D씨는 남의 배 속에 들어간 것까지 꺼내 제 입으로 가져갈 정도예요. E는 배 속까진 아니지만 입 안에 들어간 거 빼낼 정도고요. 계산 빠른 E가 D에게 당했을 정도니 하하하. 저도 D에게 대전료를 떼인 적이 있어요."

―맞고 번 돈을 안 준단 말입니까?

"10년 전에 200만원 준 걸 아직 못 받았어요. 매일 만나면 '내일 줄게 내일 줄게' 한지가 10년이 넘었어요. 제가 이번 주희 타이틀전을 직접 프로모션했어요. 돈 때문이 아니라 경기가 한번은 15차례나 연기돼 속이 상했거든요. 저도 저지만 주희는 얼마나 힘이 빠지겠어요."

―돈 좀 버셨나요.

"비용 다 제하니 50만원 밑졌던데요."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누굽니까.

"토머스 헌즈. 한국 선수론 장정구유명우. 장정구는 선천적인 싸움꾼이고 지금 오리고깃집 하는 유명우는 노력이 대단했지요. 둘이 전성기 때 붙었다면 정말 볼만했을 겁니다."

―김주희가 은퇴하면 교수에 체육관을 물려주겠다는데, 그래도 아직 사회생활엔 미숙하지 않습니까.

"너무 어려서부터 제 울타리 속에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요즘은 하나씩 스스로 해보도록 시키고 있어요. 옛날엔 제가 다 해줬던 일이지만."

―이별연습 같습니다.

"보낼 준비를 해야 될 시기잖아요. 결혼까지는 제가 시키고 싶은데 주희가 이러더군요. 자기도 어머니 피를 이어받아 자식 버리고 도망치게 될 것 같아 결혼하기 싫다고. 전 어려워도 성실한 사람, 술 좀 마시는 사람을 골라주고 싶어요."

―이런저런 스트레스 받으면 술 깨나 하시겠습니다.

"예전에 소주 18병까지 마셨어요. 아무리 도전해도 20병까지는 안 되더군요. 지금은 입에도 못 대요. 체육관 끝나면 새벽 1시가 넘는데 어디 가서 혼자 마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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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성철 스님 ‘이 자슥, 공부는 언제 … ’ 야단칠 것 같아요    성철과원택 2011/05/08 1481
43   히햐~ 이런 곳이........................    변종욱 2011/05/03 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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