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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계란이다 [The Life is the Eggs]
글쓴이 김훈  2018-05-17 08:24:06, 조회 : 149

한창 때 '너는 굵고 짧게 살길 바라느냐, 아니면 가늘고 길게 살길 바라느냐?"  하는 질문을 서로에게
하면서 대답해보라 하고 그럴 때 마다 항상 같지 않은 대답을 하면서 제법 세상을 아는듯한 억지(?)
소리를 하곤 했던 적이 누구에게나 있었다.
묻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부질없는 말장난 인줄 알면서도 잠시나마 적절한 답을 생각하면서
苦心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 사람 살아가는 과정에서 삶의 質이냐, 量이냐 하는 질문에 자칫 대답이라도 잘 못하면
'말이 씨가 된다' 하듯이 내 대답으로 동티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서 "나는 굵게 길게 살겠다" 고
問項에 없는 답을 분명하게 말 하기도 했다.
그런 형식의 질문을 지금 또다시 받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가장 소망 스러운 것은  평생을 보내면서 多福하게 長壽한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겠으나
多福하다 하는 것도 어느 정도 까지를 다복하다 해야 할 것이며, 長壽한다 하는 것도 몇 살 까지 살아야
장수했다 할 수 있는지 몇 마디 말로 똑 떨어지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千差萬別한 세상 일 중에서 소망하는 바의 크고 작음에 따라 다르기도 하거니와 한 사람 인생 전체를
저울에 올리거나 자로 재서 몇 점 짜리 인생이었다고 評決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임을 떠나서
不可能 하거나 意味가 없는 짓이기에 하는 말이다.
오래 전 기차 여행을 하던 중에  여행객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몇 가지 주전부리를 팔고 다니는
行商들이 있었는데 한 젊은이가 자신이 팔고자 하는 물건을 담은  바구니에 <삶은 계란이다! > 라는
리본을 달고 다닌 것을 보고 그의 재치가 재미 있어서 삶은 계란 몇 알을  샀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그 부지런한 계란장수 생각에는 하루 하루 자신의 고달픈 생활을 생각하면
삶[The Life]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이 '삶은 계란' 만큼도 실체가  분명하지 못하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일깨워 주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서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렇고, 많은 다른 사람들이 '삶의 質' 이 좋아야
한다고 할 때  財物, 健康, 出世 外에도 子息 福, 마누라 福, 친구 福, 사돈 福 까지 제대로 받아야
名實相符 삶의 질이 좋은 거라 한다면 여러 조건을 필요, 충분할 만큼 갖춘다는 것이 얼마나
꿈 같고 蜃氣樓(신기루) 같은지를 인생 경험을 할만큼 하고서야  알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 할 일이다.
電子계산기를 두들겨 보고서야 그들[자신]의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있을 만큼 겉보기엔
행복의 극치에 이른 사람들의 사는 꼬라지들이 가끔 세상 밖으로 알려 질 때,
전설로 전해오는, 1000 년 전   변변한 옷 한 벌이 없어서 수 없이 꿰매입고 살았다는 白結선생의 삶에
견주지 않더라도 물질적 풍족함이 같은 크기의 행복함을 가져다 주지 못함을 충분히 짐작케 할 뿐
아니라 年 前에 작고하신  法頂스님의 말씀인 '갖고있지 않음'[無所有]이 사람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 주고 悅樂으로 이끌게 해 준다는 眞理를 허투루 들을 수 없다.
내 힘으로 넘어 갈 수 있는 담장이 있고, 아무리 용을 써 봐도 오르지 못할 나무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半 쯤은 諦念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맘 가짐 다잡기로 順命하리라고 골백번도 넘게 다짐을 했는데도 몸뚱이 부실한 것을 핑계로 하여
나 자신은 물론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자주 '質좋은 생활' 을 포기 하도록 강요했었음이 가끔은
밀물처럼 후회스러움과 미안함으로 남는다.
나는 건강을 잃은 당사자 이니 당연히 체념이라는 이름으로 여러가지를 포기하고 희생할 수 있었으나
사랑하는 가족에게 넘겨버린 희생과 체념이 무거운 회한으로 남은 걸 자각하면 그런 과정이 짧지
않았고 나 스스로 퍽 지쳐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봄비가 촉촉히 내려서 미세먼지도 가라 앉히는 날이 좋다.
찬란한 햇빛이 밝게 비치는 밝은 봄날이 좋다.
그러나 촉촉한 어느 날이 반짝이는 밝은 날 만 같지 못하고, 어느 화창한 날이 촉촉히 봄비에
젖은 날 만 같지않게 느껴지는 나의 변덕스러운 마음이 싫다.
아파트 단지를 바로 벗어나는 곳 공원 동산을 한 차례 걷고 오겠다며  나서려는데 우르릉 우르릉
때 아닌 천둥소리가 들리니 잠시 멈칫 거리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그렇다,  세상살이가 내 맘 처럼 되지 않는다고 줄곧 짜증만 내면서 살 수는 없다.
세상은 부대끼면서 살아 갈만한 분명한 가치가 있는 놀이터임이 틀림없다.

                                             如     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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