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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섣달 그믐날에
글쓴이 김훈  2018-02-15 12:58:41, 조회 : 622

이런 말을 할 때 마다 習字紙처럼 얇은 지식을 이용해서 잘난척 하는 것이 퍽 쑥스럽다.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아침결에 읽은 이야기와 저녁참에 들은 이야기가 어찌나 속도감이 있는지 날마다 보고 들은
세상 이야기를 내 느낌으로  정리하기가 퍽 바쁘고 벅차다.
숨 고르기를 하고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 하려 한다.
흔히 하는 말이며 내가 가끔 인용하는 말이다.
<人生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 인생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
"사람의 나이 일흔이 되면 마음 가는대로 한다 해도 도리에 크게 어긋남이 없이 된다." 는 말이다.
늙은이 이기에 함부로 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 칠십년 이상을 살면서 山戰 水戰 다 겪었고,  
이런 꼴  저런 꼴 다 보고  經輪이 쌓였으니 크게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아도 正道에서 벗어나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물론 그 말이 처음 쓰일때는 '人生七十古來稀' 라 하여 還甲이 지나면 行年身數 占도 봐주지 않는다
할 시절에 그보다 십년을 더 살아온 사람을 神靈처럼(?) 여길 때의 이야기임이 틀림없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내가 세상의 중심이다.'하고 크게 호령 한 번 하고 나면 그 사이 세상의 주인공이
바뀌고 나는 助演인가 하고 생각하면, 곧 엑스트라가 되어있는 자신을 알게 되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다만 그런 삶의 鐵則을 미리 짐작하지 못하고 운명의 造化가 턱밑에 닿아서야 깨우치게 되는 것이
야속한 일이다.
자신이 쌓아 올린 지식과 경륜도 그렇거니와 時運과 天運도 겹쳐서 雲上貴人이라도 된 것 처럼
乘勝長驅하며 要職을 섭렵하고  Midas [My DAS]의 손 처럼 엄청난 富를 이루어 낸 듯 하더니
暫時의 榮華가 걷히고 나니 두렵고 嚴酷한 현실 앞에 다달은 것을 알았다면 그 참담한 심정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요즘 날마다 그런 상황을 자주 바라 보면서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어찌 했다는
말인가 살펴 보게 된다.
<知止不殆  知止不辱 : 멈출줄 알면 위태롭지 않고,  멈출줄 알면 욕된 것을 피할 수 있다> 함과
<接人春風  臨己秋霜 :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언제나 따뜻하게 하되, 자기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서릿발 처럼 처신하라.> 는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잘못이다.
累代를 두고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富를 챙겼음에도 끝없는 욕심을 멈추지 않았음이요,
자신이 필요할 때는 이 사람 저 사람 희생을 강요하며 자신의 榮達을 취하고서, 뒷 날 '사람 관리'를
내팽개쳐서 곳 곳에 怨聲을 쌓았으니 필연적으로 나타난 결과가 아니었는가 하는 말이다.

10 년 20 년 잘 살고 나서 2 년 감옥에 가라면 세상에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 중에 어느 누가
그리 하겠다 하겠는가?
어제 멀리 있는 친구가 보내 준 글에 <老人의 等級> 이란 말이 쓰여 있다.
老仙  老鶴  老童  老翁  老狂  老孤  老窮  老醜 라고 순위를 매겨서 일흔을 넘긴 노년의 삶을 어떻게
정리하고 마름해야 할지를 일깨워 준다.
그렇다 神仙이나 鶴처럼 高孤하게 늙길 바라기야 하겠는가마는 늙은이 투정 부리지 않고
조금 소가지 없어 보일지라도 날마다 늙어 가는 것 의식하지 않고 자주 자주 童心으로 돌아가서
생각하고 생활하고 싶다.
오늘은 섣달 그믐이다.
내일은 한 살을 먹어 치워 버려야 겠다.
<오늘 나이 - 1 = 戊戌年 내 나이> 로 하자는 말이다.

                                              如  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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