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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진짜 나이브[naive]한 늙은이 인가 보다
글쓴이 김훈  2018-01-31 10:01:37, 조회 : 337

  친구들과 어울려 대화하는 중에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를 듣더라도 말하는 사람 면전에서
'에끼!, 살마 그럴 리가 있는가?' 라고 말 하지 않는다.
아무리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 같다 하더라도 내가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데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판이 아무리 난장판 같고 세상이 뒤죽박죽이라 하더라도 보통이상의 정신 상태인 경우라면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나중에 알고 보니 버젓이 사실로 나타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아 왔기 때문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보편적인 사회일 텐데 상식으로 설명을 할 수 없고,
상식으로는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것은 결국은 내가 너무 순진한 탓이려니 생각한다.
어떤 국회의원은 공직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나온 장관 지명자에게 어떤 事案의 견해를 묻다가
‘후보자는 너무 나이브(naive) 한 것이 아니냐?’ 고 비아냥거리는 걸 보면
순진한, 순해 빠진 것은 결코 권할만한 의미는 아닌 것으로 들렸다.
거꾸로 약아 빠지고, 術手에 能 한 사람이 요즘 세상에 더 어울린다는 말인 듯하다.
옛날에 어른들 말씀 중에 남보다 훨씬 많이, 가질 만큼 가진 사람이 탐욕을 줄이지 않으면
누구라고 하루에 네 끼 다섯 끼 먹고 사는 게 아닌데 무슨 욕심을 그렇게 부리는지 알 수 없다며
곱지 않게 여기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잘 살고 못사는 것의 비교가 衣食住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때 이긴 했으나
어찌 생각하면 요즘은 그 隔差는 매우 커졌다 하더라도 根源的으로는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크고 으리으리한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자기 집 정원에 잘 손질되어 자라고 있는 값비싼 庭園樹의
등걸을 쓰다듬어 본 적 없을 것 같고,
친구들과 어울려 연탄 불 위 석쇠에서 구워지는 삼겹살과 소줏값을 자신의 신용카드로 척 긁어대는
豪氣를 맛 볼 수 없을 것 같고,
최상급 고급차를 타고 다닌다 해도 운전석에 앉아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운전의 기쁨을 느낄 수
없을 것 같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회고록을 써서 출판 기념회를 열면서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쓴 글인지
傳記 作家의 글 솜씨 발표회인지 알쏭달쏭하고,
곳곳에 얼굴과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으니 보통사람들이 살짝살짝 즐기는 사람 사는 재미도
맛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을 한다.
떵떵거리며 대단했던 사람의 요즘 모습과 10 년 전 모습을 찍어 놓은 것을 번갈아 비춰주는데
앞으로 10 년 후 그 사람의 모습이 어떠할른지 충분히 짐작 할만하다.
아니 10 년 후에는 세상의 어느 곳 에서도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할 것이 십상이라는 생각을
나는 할 수 있는데 욕심에 찌든 사람은 그 것을 짐작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긴 그런 생각으로 똑똑찮은 나 자신이 위로 받고자 하니,
나 같은 위인은 몰라도 너무 모르고, 순해도 너무 순해 빠졌다는 소릴 듣는 것이다.
100 % 검증된 說은 아니지만 ‘다운 증후군[down syndrome]’에 속한 사람은 평생 癌 에 걸리지 않고,
몸 안에 기생충이 있으면‘아토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니 참 세상사 마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난감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公平한 것이 세상 이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 경우가 어디 한 두 가지인가?
八子좋게 태어나서 남부럽지 않은 세상 살면서 財運 좋고 官運도 좋아서 더 이상 바랄게 없을 듯하던 인사가 어느날 囚衣를 입고 포승줄에 묶여서 겁먹은 모습으로 비취지니
어디서 어디 까지를 한 사람의 生涯라 해야 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수 백 년 전 옛날과 달라서 보이는 것 마다 으리번쩍 한데 산나물에 濁酒 한 잔 들이키며
더 바랄게 없다며 맘에 없는 말 지껄이는자의 말을 정말 믿을 수 만도 없으니 하는 말이다.
200 년 전 임금님 사는 것 못지않게 풍족한 세상에서 그나마 요만큼 살면서 볼멘소리만 하자니
자꾸 내 꼬라지만 우습게 된다.
고향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 나가면 한 때 성공해서 잘 나가던 친구보다도 있는 듯 없는 듯
항상 고만고만한 자리 지키고 있었던 친구의 얼굴이 더 밝고 편안해 보인다.
큰 주머니 차고 있다가 어느 날 주머니 가벼워지면 당장 못살 것처럼 여기는 자 있고,
작은 주머니에 언제나 딸랑딸랑 그만큼의 행복에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고향 시골 농촌에 요즘은 거저 갈아 먹으라[耕作]해도 가져가지 않는 땅
여러 마기기[수 백 坪]를 물려받은 자가 ‘그 땅의 1/10 만 강남에 있었더라면 나는 富者다’
라는 말에 함께 웃는다.
요즘 날마다 뉴스에 올라오는 한 때 대단하던 자들의 신세와 처지를 생각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참 소가지 없기로는 둘째 가라면 섭섭할 나다.
그러기에 나는 진짜 나이브한 늙은이가 틀림 없나 보다.

                                                  如    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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