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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isky on the rock
글쓴이 김훈  2018-01-12 12:08:23, 조회 : 434

사람의 마음은 얄궂다.
자동차 운전을 하고 가는데 갑자기 차의 흐름이 늦어지며 저만치 앞에서 '음주운전' 을 단속하고
있다면 평소 결코 음주 운전을 하지 않는 나로서는 느긋하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술을 마시고
운전석에 앉은 자를  모조리 적발했으면 하는 고약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때는 마침 연말 송년회가 있을만한 시기였다.
나는 송년회에 다녀오는 길이 아니라 약간 늦은 시간 귀가를 하며 껌을 씹으면서 운전하고 있었다.
이윽고 내 차가 단속 경찰관 앞에 멈추고 운전석 쪽 유리창을 내렸다.
경찰관이 삐딱하게 거수경례를 하더니 한다는 말이
"송년회에서 약주 한 잔 하시고 껌을 씹으시는군요?" 하는 것이다.
약간 빈정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잘 하면 봐 주겠다는 말투다.
"여보시오, 경찰관!  당신 음주운전자 단속하는 거요, 껌 씹는 사람 적발하는 거요?'
경찰관은 즉시 자세를 곧게 하고 다시 경례를 부치며 "죄송합니다. 크게 실례 했습니다" 하며
사과 했다.
생각 같아서는 "이봐,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금융)기관장이야!" 하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으나 참았다.
양심적으로 말해서 나는 단 한 번도 운전하기 두 시간 내에 소주 1/3 잔 이상을 마시고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은 적이 없다.
평소에 술을 즐기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몸뚱이가 망가지도록 무척 마셨다.
술 좌석에서는 언제나 last member 였다.
그러나 2010 년 1 월 이후, 만 8 년 동안은 한 해 동안 내가 마시는(?) 술이 소주 반병 쯤 될른지 모른다.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정말 '입술만 적시는' 술 잔을 잡는다.
술이란 원래 기분 좋게 취하는 맛으로 마시는데 그만큼 마시지는 못할 처지이니 처음부터
덤비지 않는다.
한 보름 전  사위가 집에 오면서 아버님이 좋아 하신다며   머지 않은 곳에 있는  맛집 식당에서
쇠고기와 도가니 수육을 깔끔하게 포장해서 들고 왔다.
아내와 딸이 반대(?) 하는데도 억지로 소주 한 병을 사오게 했다.
감격스럽게(?) '처음 처럼' 소주 딱 두 잔을 천천히 음미하며 마셨다.
소주 맛이 "맹물 같다" 했더니 아내와 딸들이 더 놀란다.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라벨을 읽어보니 알코홀 16.8 % 라 써있다.  
소주 돗수가 이렇게 낮아졌나 생각했다.  그러니  참 맹물 같을 수 밖에........

안방의 옷장 깊숙한 곳에 두 병의 洋酒가 있다.
포장지가 고급스럽고 멋진  Scotch Whisky 다.
Johnnie Walker Blue Label 과 Ballantines 25년 (원래 17 년 + 내가 보관한 햇수 8 년) 이다.
때가 되면 멋지게, 폼 나게 한잔 하겠다는 심산으로 간직해온 술이다.
알코홀 도수 43 % 다.
언제 멋지게 폼 잡으며 그 고급 술을  마실 날이 올른지 알 수 없다.
꼭 한 잔 하고 싶거나 그럴듯한  안줏감이 있을 때 맹물 같은 소주를 마실 일이 아니라  
Whisky on the rock 으로 가끔  한 잔 씩  즐겨 볼 요량으로 식탁에 한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술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아내는 고급 술이라니까 어쩌다 한 잔 씩 할거라면 차라리 그 편이 낫겠다며
허락하는(?) 눈치다.
혹자는 내가 내 맘대로 술 한 잔도 못하는줄 생각할른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말이 있지 않은가?
山[골프장]에서나 집에서나 여자 [캐디 & 마누라] 말 잘 들으면 후회할 일이 적다고.

아무튼 거나하게 취 할 수 있었던 때가 내게 있었던지 아득하고 가끔 그때가 그립다.

                                                             如    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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