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중 15회, 고 13회 동창회
home contact sitemap
Home > 게시판 > 회원소식 > 서울회원소식

    [로그인]  [회원가입]
  나의 親病記
글쓴이 김훈  2017-12-07 17:16:10, 조회 : 532

다들 무척 무거운 素材 로 생각하는 말을 나는 쉽게 하는 편이다 .
곁에서 나를 보면 건강과 관련한 문제라기보다는 한 걸음 더 들어가서 癌 이니 鬪病 이니
하는 말을 매우 담담하게 한다는 것이다 .
오랜 시간에 걸쳐 病 을 안고 살아오면서도 겉으로는 특별히 드러나지 않게 사는 듯 하니
그렇게들 생각하는 모양이다 .
한 친구는 내가 보통 사람들이 유난히 두렵고 힘들어 하는 경우를 경험했음을
알고 있는 터에 ,
이런 저런 이야기를 글로 쓰기도 하니까 ‘鬪病記 ’ 같은 것을 써서 병을 얻어 힘들어 하는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함이 어떠냐고 말하기도 한다 .
더구나 나와 친구들의 나이가 일흔을 훌쩍 넘었고 몇 몇 친구들은 이미 幽明 을 달리 했거나
지금 病魔 와 씨름 중인 사람도 있으니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 해 준다면 몸과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는 것 같다 .
그런데 분명히 말 하건데 나로서는 무언가 들려 줄 말이 없다 .
나는 어느 날 느닷없이 癌 患者 가 된 이후 내 몸뚱이에 눌러 붙은 癌 의 病巢 를 솎아 내거나
뿌리치기 위해서 ‘싸워 이겼다 ’ 는 말을 하지 않는다 .
원래 나는 싸움을 잘 하지 못하고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누구와 싸워 본 적도 없기에
내 몸뚱이의 병과도 싸워서 물리치겠다든지 이기겠다는 엄두를 내지 않았다 .
내가 대장암이라는 확진을 받고 처음 수술을 해서 S 결장 부분 25cm 를 잘라낸 때가
지금부터 30 년도 더 지난 1986 년 , 서울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던 해 였다 .
내 나이 마흔 한 살 때 였다 .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과 의술은 당시에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
하지만 오늘날과 비교하면 거의 原始的 수준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수술에 임하기 前 , 몇 군데 병원을 거쳐 병명이 확실해 지고 병원과 執刀醫師 가 정해지고
함께 수술방법 , 수술규모 , 수술이후 예후에 관한 의견과 후속 치료에 관해서 협의하고
상담했다 하지만 어느 한 부분도 환자로서 수술대 위에 눕게 될 내 생각은 참으로 보잘 것
없었으며 내 의견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
집도 의사로부터 수술이 잘 되었다는 말을 듣고 안도하면서 당장 죽지는 않으려나 보다
생각 했고 , 뒤이어 抗癌治療 , 放射線治療 과정에서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것 같은
극심한 痛症 을 느끼면서도 몸뚱이의 병과 싸워서 이기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
견디기 힘들 만큼 엄청난 통증을 이를 악물고 견디다가도 잠이 들면 잠자는 시간만큼은
고통을 느끼는 것이 덜한 것 같으니 어떻게 하면 아픈 몸뚱이와 내 意識 을 分離 하여
잠에 빠질 수 있을까를 苦心 하다가 어느 날 부터 그 일이 任意 로 가능해진 것을 알았고
그 이후 시간이 흐름과 함께 통증에서 조금 씩 벗어날 수 있었다 .
다소곳하게 의사의 의견에 따르면서 하느님께서 나를 矜恤 (긍휼 )히 여기시어 살려 주시기를
빌었고 또 그렇게 믿고 싶었을 따름이다 .
그러나 試鍊 은 그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
약간의 시간이 지난 다음 또다시 새로운 病巢 가 거듭 발견되고 뇌종양을 비롯해서
대장암의 再發 , 위 , 담낭 , 폐 에 이르기 까지 국립암쎈타의 진료과목을 모두 섭렵하고
말겠다는 듯이 이 醫師 저 醫師 를 만나며 모두 네 차례의 開腹 수술을 하고
그 보다 많은 여러 차례의 전신마취를 했으니 ,
암을 예방하기 위하여 이렇게 하고 , 후속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 뭐라고 한들
내 말의 신뢰성은 고사하고 말발이 서지도 않을 텐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말이다 .
오죽하면 사람이 ‘잘못하고 罪 지은 것 만큼 病 을 얻는다 ’면 나는 정말 고개를 쳐들고
살 수 없다고 말 하겠는가 ?
지난 날 대기업 S 社 의 반도체 공장에서 일 하던 근로자들 중 여러 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되었던 때문이 아닌가 하는
疫學 조사 결과를 유심히 들여다 보면서
나 역시 30 여 년 동안 여러 차례 照射 한 放射線 치료와 셀 수 없이 많은
MRI 촬영 , CT 검사 , 초음파 검사 , 內視鏡 검사 , X-ray 촬영을 통해서 상당량의
방사능 被爆 이 있었던지 骨髓 에서 혈액의 재생이 여의치 않다 한다 .
혈액 중의 血素板 의 수효가 激減 하여 코피가 자주 나고 出血 이 시작되면 止血 이 쉽지 않아
그때 마다 병원의 응급실로 들어가서 輸血 을 해야 할 형편에 이르니 ,
그 일이 새로 생긴 걱정이지만 그 역시 내 힘이나 意志 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니
큰 문제로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
의사의 말은 날로 新藥 이 나오고 있으니 큰 걱정 말라하니 고마운 말씀이다 .
한 때 記憶力 이 좋다는 말도 들었으나 여러 번 죽었다가 깨어나는 전신 마취를 겪으며
셀 수 없이 많은 腦 細胞 가 소멸 되었을 것이며 , 記憶 素子 [chip]도 함께  망가졌을 것이다 .
지난날의 어떤 상황에 대해서 기억이 선명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귀띔을 해 주면
생각이 나야 할텐데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도저히 기억을 되살리지 못하는 것은
그 chip 이 완전히 망가진 때문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
의학적으로 한 번 소멸된 뇌 세포 만은 再生 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니
요즘은 과거의 기억력으로 우김질 하는 일에서는 완전히 꼬리를 내리는 내가 되었다 .
오늘도 輕重 의 차이는 있겠으나 자신이나 가족이 육신의 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므로
인해 걱정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음을 안다 .
병마와 마주보고 서서 물리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람이기에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일임을 인정하고 病 과 아픔과 친구가 되어 당분간 함께 지내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 하며 治癒 의 바른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
가끔은 ‘나 ’같은 複合患者 [complex patient]도 있음을 보고 위안을 삼기 바란다 .
몸뚱이 아픈 것 쯤이야 나와 상관이 없는 일로 치부해 버리고 지난 한 때 팔팔 하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즐거웠던 추억의 오솔길을 천천히 걸어 보자 .
가장 해 보고 싶었던 일 ,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三昧境 에 빠져 보자 .
어느 누구의 어떤 위로의 말로 내 아픔이 스러지기를 바라지 말고
나 스스로 慰撫 해아 할 내 몸뚱이를 내 손으로 다독거리며 病 과 親 해 보자 .
지금의 고통을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淡淡 하게 이야기 할 때가 곧 다가올 것이다 .
 
                                                如 泉

     

번호 제목 글쓴이 글쓴날 조회
219   미운 사람, 이쁜 사람    김훈 2018/02/21 97
218   나를 끌어 당기는 힘은 무엇인가?    김훈 2018/02/19 142
217   날마다 버리고 비우는 것이 道에 이르는 일이다    김훈 2018/02/17 177
216   섣달 그믐날에    김훈 2018/02/15 231
215   立春大吉 하소서    김훈 2018/02/04 308
214   나는 진짜 나이브[naive]한 늙은이 인가 보다    김훈 2018/01/31 366
213   春來亦是春 을 말하자    김훈 2018/01/29 353
212   세상 일의 평결은 오로지 하느님의 뜻에 달려있다    김훈 2018/01/27 415
211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이른 때다    김훈 2018/01/26 405
210   적은 성취감  [1]  권혁채 2018/01/21 598
209   열 길 물 속 사정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 마음은 알기 어렵다    김훈 2018/01/17 463
208   70 넘도록 철 들지 않는 사람 여기 누워 있노라    권혁채 2018/01/16 609
207   나는 프로 야구 KIA 타이거즈의 열성 팬이다    김훈 2018/01/16 436
206   친구들, 정겨운 손짓을 보내 주오    김훈 2018/01/16 440
205   20 X . 61 R. 1 BN. 1 CO 모임    김훈 2018/01/13 429
204   Whisky on the rock    김훈 2018/01/12 435
203   후임 대통령의 본보기가 되는 전임 대통령은 없을까?    김훈 2018/01/11 474
202   하늘을 두고 맹세하지 마라    김훈 2018/01/09 485
201   세상 일 짐작하는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김훈 2018/01/07 549
200   고무줄, 고무판 같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小考    김훈 2018/01/05 512
199   친구들, 새해에 왕성한 활동 계속하길 바라며    김훈 2017/12/29 556
198   노용석이가 감사인사드립니다  [1]  노용석 2017/12/28 590
197   水流不爭先    김훈 2017/12/27 471
196   가슴이 따뜻해지는 뜻밖의 선물을 받고    김훈 2017/12/24 507
195   내자랑,며느리자랑,손녀자랑,  [3]  권혁채 2017/12/22 527
194   어정뜨기의 또 하나의 욕심    김훈 2017/12/22 675
193   타잔 놀이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김훈 2017/12/15 564
192   近者悅 遠者來    김훈 2017/12/13 480
191   오갈데 없는 白髮 어르신 이지만 氣魄은 창창하다    김훈 2017/12/11 633
  나의 親病記    김훈 2017/12/07 532
189   양잿물과 지까다비를 생각 함    김훈 2017/12/06 716
188   고스톱 게임 禮讚은 아니다    김훈 2017/12/05 637
187   Analogue 式으로 산다는 것    김훈 2017/12/04 620
186   생존배낭에 대한 小考    김훈 2017/12/03 488
185   어른 대접을 뱓을수록 말을 조심해야 한다    김훈 2017/12/01 739
184    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묻다)    김훈 2017/11/30 576
183   哲學者가 되는 아침의 隨想    김훈 2017/11/19 526
182   1513 送年會 有感    김훈 2017/11/16 502
181   내 주말    권혁채 2017/10/14 525
180   1945년 8월15일에 무슨일이 ???  [2]  최서구 2017/07/25 1930
  1 [2][3][4][5][6]      
이름 제목 내용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욱이 
전체 방문자수 : 100702
오늘의 방문자수 : 10
통계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