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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alogue 式으로 산다는 것
글쓴이 김훈  2017-12-04 10:10:56, 조회 : 620

여러 해 동안 시대에 뒤떨어진 생활을 해왔던 나 자신의 본 모습을 이제 와서
고백하려 하니 망설여지기도 하거니와 괜한 소리를 해서 그동안 잘 감추어져 왔던
부끄러운 부분을 스스로 까발리는 짓이 마땅한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한때 수준 높은 고상한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집에 이름 있는 외국 회사
제품의 Audio System 을 갖추고 있음을  큰 자랑거리로 알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어떤 유명 회사 제품의 오디오 씨스템을 set 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앰프, 턴테이블, 릴녹음기 등과 당연히 따라 붙어야 되는 부속 기기들과 음반까지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유명 제품들을 구비해 놓고 두툼한 헤드폰으로 머리통을 감싸고 지그시 눈을 감은 채 
클래식 음악감상을 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며 흐뭇한 표정을 짓곤 했다.
국산 중에 최고라는 독수리표나 쾌헬 같은 국산 브랜드 전축같은 음향기기로  음악을 들으면
짜증이 나서 들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으니 나로서는 도무지 난감할 뿐이었다.
국산 전축으로 듣는 음악이나, 카셋트 테이프로 듣는 음악이나,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음악이나 전문적으로 음악, 음향을 다루는 사람이 아닌 바에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말을 하는 내겐 특별히 비싸고 이름 있는 오디오 일수록
音質이 다르다며 각기 다른 音域을 구분해서 듣는다는 말이 정말 경이롭게 느껴졌었다.
최근에 이르러서도 나는 사위가 몇 차례 휴대전화[스마트폰]의 기종을 바꿔주지 않았다면
마르고 닳도록 시대에 뒤떨어진 전화기를 갖고 다녔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그림을 볼 때 몇 백만 畵素가 어떻고, 그래서 전화기의 기종을 upgrade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말하는 나와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 말을 들으면 그 역시 또 하나의 놀라움이다.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전화기에 입력되어있는 전화번호로 사람을 불러내어 통화할 수 있고,
몇 마디 사연을 문자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 해도 세상 좋아진 것에 感泣하는
나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뿐 아니다.  
전화기만 들면 온갖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데 손글씨 편지를 써 보내고  때 되면 무슨 기념 카드라도 만들어 부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니 내가 정녕 구닥다리가 아니라고 우기기 쉽지 않다.
그래서 혹자는 나를 아날로그[Analogue] 式 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첨단 문명기기를 십분 활용하는 그 자신을 디지털[Digital] 式 이라고 自評하듯이 말이다. 
그 말들을 모조리 부정하거나  전부 인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스스로 디지털식이며 앞서가는 세상을 산다고 생각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나는 조금도 뒤지고
싶지 않으며, 뒤지는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무슨 어거지인지 모를 일이다.
옛날 옛적에 山神靈이 첩첩 산중에 들앉아 있으면서도 千里 밖의 世俗事를 손바닥 보듯이
알았다 하는데, 나는 날마다 세상일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있는데 설마
산신령만 못하겠는가?
하고있는 짓거리가 때로는 한참 구닥다리처럼 보일런지 모르겠으나 누구 못지않게
세상 일에 參涉하면서 옳고 그름을 반듯하게 評決하기 위해서 온갖 것을 검색하고
뒤적거리면서 바쁘게 생활하고 있음을 말한다.
플라톤이 생존했던 시기에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을 한 물 간 세대라 했고, 
플라톤은 제자들이 싸가지 없다고 말 했다 하니 오늘의 상황과 다르지 않을 뿐더러
2000여 년 전 그들의 말씀들이 오늘에도 생뚱맞게 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니
날마다 세월 변하는 것이 쏜살같다 하면서도 크게 한 번 고개를 돌리면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하는 게 세상 일 아닌가 싶다.
아날로그 식이나 디지털 식이나 오십 보 백 보 차이도 나지 않으니 순간순간 열심히 사는 일이 답이다.
날마다 서로 삿대질 하며 주거니 받거니 말 폭탄을 날리더니,
구렁이 뱃속에다 알을 까기 위해서 구렁이 앞에서 '날 잡아 먹어 봐라’ 하며 약을 올리는
알을 품은 두꺼비 처럼 트럼프와 맞짱이라도 뜨겠다는 듯이 철딱서니 없는 망나니 춤을 추는
북한 정권의 하는 양이 하찮게 여겨지기도 하고 아슬아슬하다,
더구나 어제 이른 아침결에 바다 낚시를 나가던 사람들이 탄 배가 훨씬 큰 배와 부딪쳐
전복되면서 여러 사람이 죽거나 실종되었다는 悲報가 종일 계속되고 있으니
심사가 어수선 하다.
이럴 때는 음질 상관없이 문주란이나 남진이 박일남의 노래 몇 곡을 들으면
다시 편안해 진다고 말하기도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오갈데 없는 아날로그 式 이라 하는가 보다.
 
                                     如   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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