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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배낭에 대한 小考
글쓴이 김훈  2017-12-03 12:15:54, 조회 : 482

경주에서, 포항에서 규모가 꽤 큰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생존 배낭’ 이야기가 나온다.
갑자기 재해를 당해서 당장 마땅한 음식 확보가 어렵거나 몸에 상처를 입었을 때 당장
허기를 채우기 위한 ‘비상식량’과  신체의 응급처치에 대비한 구급약 등을 compact 하게
준비해 두자는 뜻이다.
그래서 생각나는 이야기다.
前方에서 군 생활을 했던 나는 부대 보급병 이었다.
유사시에 대비하여 부대가 일정기간 고립되어도 최소한의 먹을 것을 확보 하도록
비상식량이 있어야 했고 나는 그 업무의 쫄따구[末端] 책임을 맡고 있었다.
어느날 예고도 없이 비상식량 상태를 점검하러 검열단이 들이닥쳤다.
고이 고이 간직(?) 해 두었던 비상식량을 확인 해 보니 식량으로서 유효기간은 오래 전에
지나 있었고 따라서 도저히 먹을 수 없이 딱딱해져 있거나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비상시의 군용 식량이니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유효기간에 이르면  새 것으로
바꾸어 비치해야 할 일 이지만 당장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니 한 차례 두 차례
여러 차례 그 일을 건너뛰면 그때 마다 (저 윗 쪽에서는) 단물이 고였을 것이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더 변명 할 필요가 없이 나는 그 일을 담당한 이래 비상식량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 본적도 없었고 단 한 차례도 비상식량이 새 것으로 교체된 적도 없었다.
비상식량 상황을 본 검열단은 내가, 최전방 보병 부대의 일등병이,
비상식량의 교체 시기를 넘기면서 비상식량을 빼내어 착복했다며 ‘능지처참’ 이라도 해야 할 것처럼
나를 헌병대로 모시고 갔다.
그렇게 엄청난 일을 한 巨物級 일등병을 헌병대장인들 함부로 대 할 수 있겠는가?
나는 하룻밤 융숭한(?) 대접을 받고 다음 날 헌병 jeep 차를 타고 부대로
되돌아 온적이 있다.
그때는 越南戰 [Vietnam 戰爭]이 한창일 때라서 派越되었다가 귀국한 병사들도 있었는데
월남전에서 그들이 전투 비상식량으로 받았던 미군의 씨레이션(C-Ration)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어렸을 적에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씨레이션의 내용물[비스켓, 쵸콜릿, 쨈,
쏘시지와 햄, 건빵, 콩과 쇠고기 통조림, 말린 생선 등과 그밖에 CARMEL 이나
LUCKY STRIKE 담배]에 대한 추억이 있다.
(** 월남전에서는 C-Ration 박스에 Lucky Strike 담배가 들어 있으면 그날 작전에 나가는 것을
피하고 싶을 만큼 不吉하게 생각했다 한다.  담뱃갑의 겉면 그림이 몇 개의 圓[동그라미]으로
그려져 있는데 그것이 베트콩의 총알 標的[target]처럼 느껴지는 징크스 때문이었다.)

아무튼 최근에는 지진 뿐 아니라 뜻하지 않은 재난이 뭍에서, 물에서, 나라 안에서,
나라 밖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아니 그보다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天災地變을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하겠느냐고 할 일이 아니며 사람이 할 바를 다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 아닌가 정신을 가다듬고 되짚어 살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재난에 대비해서 미리 챙겨야 할 일이 많은 중에서 하나, 생존배낭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그 틈을 타서 부도덕한 장삿꾼 들이 가뜩이나 걱정스러운 민심을
현혹하여 얼마든지 희한한 장난질을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제발 나 혼자의
杞憂이길 바란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그런 後進國的인 ‘치사한 범죄’ 만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요즘에는  과거 要職에 있을 때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뭉뚝뭉뚝 해 먹었던 자들의
스팩타클한 실제 상황이 소상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들의 지난 날 그럴 듯 하던 pose 와 人生末年이 모습이 얼마나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꾸며지는가 하는 것은 오로지 그들의 탓이지만 말이다.

너무 오래된 옛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溫故知新 이라는 말이 있듯이 옛 일을 反芻하며 오늘 일을 유심히 바라보고,
앞날을 예비하는 것이 결코 부질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흉허물없이 읽어주길 바라며 고향 친구들만 들여다 보는 欄을 찾아서 편안한 자세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如   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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