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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묻다)
글쓴이 김훈  2017-11-30 22:25:14, 조회 : 1,235

    寺 在 白 雲 中   흰 구름 속에 절이 있으니
    白 雲 僧 不 掃   흰 구름을 중이 쓸지 않네.
    客 來 門 始 開   객이 와서야 비로소 문을 여니
    萬 壑 松 花 老   온 골짜기에 송화가 무르익었네.   (* 壑: 골짜기 학)

    松 下 問 童 子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으니
    言 師 採 藥 去   대답하길 스승은 약초 캐러 가셨는데
    只 在 此 山 中   다만 이 산속 어디 쯤 계실 것이나
    雲 深 不 知 處   구름이 깊어서 계신 곳을 모르겠다 하네.

漢字에 관심이 있고 같은 말[어휘]이라 하더라도 품고 있는[含意]가 재미있을 때가 있으니
얕은 지식으로도 볼만하다 싶은 漢詩集을 사서 들여다보았는데 체계적인 지도를 받고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그 근처에도 이르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詩作은 엄두를 낼 수 없으나 어쩌다가 짧고 쉬운 글[漢字]로 된 詩를 찾게 되면 몇 번이고
되읽으면서 시 속의 그림을 상상하고 뜻을 살피면 재미있고 마음이 잔잔해 질 때가 있다.
오늘도 政街의 뉴스를 전혀 외면 할 수도 없어 TV를 켜고 들어 보았더니 얼마 전 까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떵떵 거리던 자들이 줄줄이 각종 비위사실에 연루되어 검찰청을
들락날락 하고 있으니 가슴 답답하고 한심스러워 진다.
옛 사람들의 名詩를 보면 하나같이 그들이 세상을 쥐락펴락 할 때 쓴 글이 아니고
自意건 他意건 자리에서 내려오거나 밀려 난 다음에 草野에 묻혀 살면서 지은 글이
대부분이니 진정 사람답게 사는 것은 高臺廣室 輝煌燈 아래서 권세 부리며 호의호식,
호사할 때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많은 것을 내려놓고 비워버린 다음에야 갖게 된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한 살이’ 가 奧妙하다.

위에 옮겨 적은 두 편의 詩도 그렇다.
내가 山寺의 중이 되거나, 客이 되거나 다를 바 없고,
童子가 되거나,  큰 스님이 어디에 계시는지를 묻는 이가 바로 나 자신이라 해도 그 그림이
달라지지 않으며, 절간을 휘감고 있는 雲海가 금방 걷힐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니 말이다.

山寺를 찾은 나그네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 하더라도
나도 이젠 신기루를 쫓아다니기엔 발걸음 가볍지 못함을 오래 전에 깨달았을 뿐 아니라  
不實한 몸뚱이로 이만큼 견디고 있으니 知分自足하는 凡夫로써 오늘 내 자리가 참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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