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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哲學者가 되는 아침의 隨想
글쓴이 김훈  2017-11-19 23:43:03, 조회 : 836

  그다지 크지 않은 서재의 내 책상 앞에는 컴퓨터 모니터가 서 있다.
바로 아래에는 읽다가 중단한 책 두 권과 언제라도 뭔가 적을 수 있는 메모 노트가 있다.
그리고 '언제나 맑은 샘물처럼' 책 한권이 있다.
날마다 보는 것은 아니지만 문득 눈에 띄면 그 책의 아무 쪽[페이지]이든 펼쳐서 읽는다.
내가 직접 쓴 글이니 모두 외울 듯이 알고 있는 책 내용이다.
여러 차례 다시 본 영화나 흘러간 노래처럼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데도  <언. 맑. 샘> 몇 쪽을 다시
읽으면 책 속에 다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몇 줄 이야기와 함께 보이지 않게 묻어있는 이야기들이
꿈틀거리며 되살아나는 것이 좋다.
어쩌면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감추거나 숨겨진 이야기들이 새록 새록 생각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내세워 자랑할 것 없는 나의 지나온 歷程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글이지만 알맞은 때에
알맞은 방법으로 펴낸 글이 아닌가 하는 자부심도 있다.
自負心이라 해서 크게 뽐내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에 있어도 결행하기 쉽잖은 일을
저지를 수 있었던 용기가 스스로 생각해도 嘉尙하다는 말이다.
세상에 구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가겠다 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않다.
가끔 철없던 어린 시절에 위인전을 읽고 소년 시절에 뜻을 세워 기어이 성공하여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지긴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없다 할 만큼 드물다.
문학, 음악, 미술, 무용 등 예술가들이나 학문적으로 큰 足跡을 남겼거나 큰 정치가였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천 명 중 하나 이거나, 만 명 중 한 사람일 뿐  많은 사람은 자신이 목표로 했던 결과에 훨씬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끝나고 마는 생애였음이 틀림없다.
아니 겉으로는 성공했다 하는 사람의 경우라도 완전한 삶은 없다.
모두 절름발이 성공이며 어쩌다가 많은 사람의 칭송까지 얻어냈다 하더라도 구석 구석에 흠결이 많은 경우를 본다.
믿거나 말거나 後代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古代의 神과 聖賢君子의 살아간 흔적을 따라가 살펴 봐도
우스꽝스러울 만치 성스럽지 못하고 엉성한 부분이 많은데 하물며 보통 수준의 반열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한살이야 오죽하겠는가?
한 사람의 생애를 두고 다른 사람이 잘 살았느니 그렇지 못했느니 評決하는 일은 넌센스다.
내가 겪었던 지난 일을 죄다 떨어내고, 참회 할 일은 깊은 성찰과 함께 하느님 앞에서 告白聖事를 하는
심정으로 나의 自傳的 이야기를 쓰고자 함이었음에도 결국은 얄팍한 자기변명과 美談을 써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내 삶에 대한 반성문으로서는 일기장보다 나을게 없다.
다만 이 나이에 <언. 맑. 샘>이건, 친한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내 속내를 슬쩍 끼워 넣었든, 일기장에 독백하듯이 써 놓은 글이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自己告白의 기회를 자진 것은
스스로 큰 위안이 되었으며 自己洗淨劑 였음이 틀림없다.
世人들이 말하는 성공한 삶이라는 것이 모든이의 하나 같은 목표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세상일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偶然의 連續'이기 때문이다.
순간 순간 엉뚱하게 일어나는 일들로 세상 일이 組立되고 결정되는데 그것들을 '必然'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엉성하고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지나오며 '이루어 낸' 옛일에 대해서 지나치게 穿鑿[천착]하며 고백하고, 반성하고, 변명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불과 얼마 전 아파트 발코니에서 내려다 본 단풍 그림이 예뻐서 몇 컷트 사진을 찍어서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께 보냈는데 며칠 사이에 떨어진 落葉들은 젖은 땅에 찰싹 붙어서 兇物이 되었고 나뭇가지는
앙상한 모습으로 변했으니 어느 것 하나 그대로인 것이 없음을 實感한다.
그렇게 일요일 아침에 철학자가 되기도, 미술가가 되기도, 시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생명이 있는 한 살아가는 일이 언제나 편안하지는 않더라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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