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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일흔을 넘어서야 겨우 철 드나 보다
글쓴이 김훈  2018-04-16 19:40:26, 조회 : 251

  한참 전 TV 의 코메디物에 젊은 오빠 임하룡이 등장하여 "일주일만 젊었더라면.." 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면서 젊은 한 때가 지나고 하루 하루 힘 빠져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는 모습을 만들곤 했다.
그런 코미디物이 아니더라도 세상살이 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내가 10 년 만 젊었더라면.."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느님의 능력을 빌려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세월인 것을 모르지 않지만 지나가 버린 세월을
돌려 세워서 내가 선택했던 운명의 수레바퀴를 다른 길로 돌렸더라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나의 인생이
아니었겠는가 하는 엉뚱한 생각인 것이다.
열 번을 생각해도 부질 없는 짓이며, 스무 번을 되 생각해도 쓰잘데 없는 일이다.
살아오면서  의식적이거나 不知不識間이거나 끊임없이 선택하고 선택받은 순간의  點點이 연결되어
線을 만들고 가느다란 線들이 굵고 질긴 동아줄이 되어 나를 옭아매고 조여서
되돌릴 수 없는 오늘의 내 삶이되었으니 이젠 쇠잔해진 근력과 무디어진 실행능력으로 어떤 것도
내 처지를 자리바꿈 할 수 없다.
좀 더 일찍이 건강에 힘 썼더라면 훨씬 활기 넘치고  質좋은 노후생활을 하고있을텐데,
좀 더 일찍이 수익성 좋은 대상에 투자를하고 목 좋은 곳에 한 뼘 땅이라도 사 두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좀 더 일찍이 나의 숨겨진 적성을 잘 알아서 특기 있는 부분에 열정적으로 매진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좀 더 일찍이 그 사람이 그렇게 크게 될 인물임을 알았더라면 더 살갑게 다가가서 側近이 되었을텐데,
하나 같이 후회스러운 일들이다.
내가 가보지 않았던 길은 모두 평탄하고 꽃길이었을 것 같은데 순간의 선택이 비틀리면서
돌뿌리에 걸리고 질척거리는 길을 힘들게 걸어 온 것을 돌이켜 보면  悔恨이 가득한 것이다.
그러나 아주 솔직한 심정으로, 정말 양심적인 생각으로
王侯將相의 家門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내가 民主 共和政의 세계에서 70 년 이상을 살고 있으며,
우람한 체격과 남다른 완력도 갖추지 못한 내가 음습한 뒷골목에 끌려가서 두들겨 맞은적 없으며,
곳곳에 불순한 사람들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크게 억울할 만큼 속아서 재물을 빼앗긴적 없으며,
많이 넉넉한 살림 아니었음에도 서럽게 배고프지 않도록 보살펴 주신 부모님이 있었고'
내가 長成한 후 一家를 이루고 보통 만큼의 화목한 가정을 꾸려 오늘에 이르렀으며,
淺學非才한 내가 좋은 직장에서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이 사회와 많은 사람들께 봉사할 수 있었으니
아무리 薄하게 점수 메긴다해도 나로서는  섭섭하다 투정할 수 없으며 千萬多幸이 아닐 수 없다.
항상 넓디 넓다고만  알고 살아왔던 세상이  오늘 내 앞에 펼쳐진 것으로 말하면
마치 口徑이 5cm 도 되지 않는 막대 대롱을 통해서 겨우 주변을 살피고 있는 듯하니
바깥에서 어느 젊은이와 만나더라도 "아이고 어르신 조심하십시오" 하며 유리그릇 다루듯 걱정이
많은 그들에게
"아냐! 그렇게 까지 보살펴 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내 할일을 내 힘으로 할 수 있단 말이야" 하는 말이
목구멍을 넘어오지 않으니  씁쓸하게 웃는다.
아직 기력 좋은 사촌 형이 의사의 권유에 의해 자동차 운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터에
우리나라에서도 老人의 자동차 운전 면허 갱신 기간을 단축하는 방도를 생각 중이라하고,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고령자(?)가 자동차 운전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얼마 짜리라던가
'교통 카드'를 교부 하기도 한다니 완전히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알고 쓸쓸해 진다.
아직은 자동차 운전하기에 어려움 느끼지 않지만 전에 비해 훨씬 얌전하고 조심스럽게 운전석에
앉은 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이가 들으면 엔간히 소가지 없다 할른지 모르나 나는 내 휴대폰의 '홈[Home] 화면' 배경 그림에
아내의 결혼 전 黑白사진을 올려놓고 있다.
결혼한지 40 여 년이 지났으니 꼼짝없이 마주 보며 함께 늙은이가 되었으나
옛날 아내의 꽃다웠던  때의 사진은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렇다, 거역할 수 없는 年輪에 맞서서 단 몇 년 만이라도 젊었더라면 좋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
잘 삭은 된장, 간장이라야 깊은 감칠 맛이 좋고, 곰 삭은 '묵은지' 는 맛[味]을 아는 세상살이 베테랑
이라야 鑑別할 수 있는 境地에 다달았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입 맛 돌아오니 糧食 떨어졌다.' 는 말이 있는걸 보면 세상 일 아귀가 뒤틀리는 경우는 茶飯事이니
그래도 옛날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세상에서 '내 생애 최고의 순간'에 살고 있음을 기쁨으로 알아야
할 일이다.
세월을 되돌린다해도 무슨 뾰족한 즐거움이 있을 것 같진 않다.
나이 일흔을 넘어서 겨우 철 드나 보다.

                                                        如   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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