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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든 사람의 얼굴은 살아온 날의 이력서다
글쓴이 김훈  2018-04-01 10:26:26, 조회 : 451

  사람이 웬만큼 나이가 들면 누구라도 지난 날 살아온  履歷이 얼굴에 나타난다 하고,  
따라서 그 나이에 합당한 자기 얼굴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을 지게된다[져야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한 살이[平生]를 길게 잡아서 80 년 이라 할 때 상당한 세월을  살았으니 그동안 배우고, 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터득한 모든 것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말일 것이다.
하물며 나이 일흔을 넘긴 경우에야 더 할 말이 없다.
잘 생기고  못 생긴 용모를  말 하는 것이 아니라 표정에서, 눈빛에서, 말씨에서 , 몸짓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사람의 됨됨이[人品]를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옛날에도 敝袍破笠[헤진 도포에 찌그러진 갓] 의 破落戶라 하더라도 炯炯한 눈빛으로 뼈대있는 집안의
자손임을 알아 보기도 했고, 그 반대로 겉 모양으로는 돈푼깨나 있어 보이는者라 하더라도 뱉어내는
한마디 말과 한 걸음 몸짓으로도 似而非 양반이며 사이비 士大夫임을 알아 차렸다는 일화는
수 없이 많다.
그런 '사람 보기' 를 가장 잘 했던 사람이 妓女들이었다는 말은 妓房을 출입하는 자들이 外貌와
관계 없이 사내들의 '사람 대접' 하는 本性을 겉 포장을 걷어내고 볼 수 있었다는 말일 것이다.
士農工商이라는 단순한 직업적 구분이나, 民, 官, 軍으로 대별되는 신분의 다름으로 사람을 보고
대하는 구분이 그 나름 일리가 있다는 것을 떠나서 사람이 나고 자라면서 어떤 환경에서 생활 했는가 하는 것은  여러가지 사례로 비슷한 결과를 말하고 있다.
孟母三遷의 일화는  少年시절의 주위 환경이 한 사람 인생의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말한다.
나이 들만큼 들었으니 비로소 겉으로 드러나는 나는 다른이가 보기에 어떨까 하는 생각읊 가끔 한다.
이미 훨씬 나이 덜 들었을 적에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는 것은 타인의 눈길을 의식하며 눈치껏 행동한다는
말이 아니라 '나' 를 主體[主觀的]로 하지 않고 客體[客觀的]로 인식하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담금질을  스스로 한다는 말과 같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보면서 솔직하고 양심적인 나의 본 마음, 본 모습을 다듬어 가는 것을 말한다.
그 때 마다 '接人春風 臨己秋霜'
"다른 사람에겐 봄바람 처럼 다정하고 따뜻하게 하되, 스스로에겐 늦가을 서릿발 처럼 엄격하게 하라" 는  말을 기억 하면서도 오히려 거꾸로 나 자신에게 관대하고 다른이의 흠결을 살피는데 급급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나는 진실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가?
나는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不運함을 위로하고 있는가?
나는 내 가까운 자의 출세하는 모양을 보면서 내가 갖지 못한 우수한 점을 기어이 찾아내려는
노력을 했는가?
그 밖에도 여러가지를 自問할 수 있으나 더 묻고 생각할 필요없이 問項마다 그렇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30 여 년 동안 은행원이라는 직장인으로서 가장 모범적인 은행원이기를 바랐었고
때로는 은행원답지 않게 비춰지기를 바라는 二重的인 소망을 갖기도 했었다.
정직하고 반듯한, 자로 잰듯한, 빈틈이 보이지않는 정확함으로 불리워지는 은행원으로 인정 받는다는
것이,  다르게 말하면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는 점에 있어서는 수긍하기
싫었던 것 같다.
은행원 답지 않게(?) 호탕하고, 수더분 하고, 노래도 잘 하고, 글씨도 잘 쓰고,
운동도 웬만큼 따라서 하고, 어떤 자리에서건 3 분 speech 쯤은 준비 없이 실행할 수 있고,
다른이가 쉽게 갖고있지 않은 특기도  한 두 가지 챙겨두어야 한다고 생각 했었다.
꾸중하고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짐작하는 은행원 답지않게
다이나믹[dynamic] 하고  버라이어티[variety] 한 모습이 내게서 發現되고 그것을 다른이들이
눈치채고 알아 주기를 몹시 기대했다.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고, 애쓴 만큼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었다.
애를 쓴 부분에서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부분에서는 기대이상의 흡족함을
건져 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되돌아 보면 지금에야 나타나는 결과 보다는 오랜 시간동안 무지개등에
오를듯이, 파랑새를 쫓아 가듯이 바쁘게 때로는 무척 부지런하게 뛰었던  그 과정들이 소중했고  
참 그립다.
어떤이가 나를 보며  '옛날 직장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즐겁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흔치 않은데
(내가) 옛일을 말할때는  눈빛은 소년 처럼 반짝거리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노래하듯 부드럽고,
손짓은 춤을 추는듯 하니 여러 차례  건강을 놓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생기가 넘쳐 보인다' 고
말한다.
틀림 없이 고마운 말이다.
오랜 시간동안 갖은 우여곡절이 있었겠으나 아무리 다이나믹 하고 버라이어티 한, 은행원 답지 않은
은행원이고 싶어했다 한들 나의 한계가 뻔한 노릇이었다.
보잘 것 없는 나의 능력이지만 나 할 수 있는 정성을  쏟아 부으며 살아 왔고  크게 꾸지람 듣지 않고
지내온 것이  아슬 아슬한 가운데서도 참 다행이었다고 회상한다.
나이 들어갈수록 매사에 더 친절한 어르신으로
불행한 일을 당한 이를 진정으로 위무하는 어르신으로
고리짝 같은 고리타분함에 머무르지 않는 늙은이로서 몸 동작은 굼뜨더라도 세상 보는 눈길은
날카롭고 상큼한 채로 오래도록 남아있고싶은 것이 바람이다.
세상에서 쉽게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야 턱없이 미치지 못하지만 이제와서 그깐 것 쯤이야
잊어도 될만큼 이력이 탄탄해 졌고 나이 일흔을 훌쩍 넘긴 늙은이로서 내 얼굴에 加減없이
책임을 져야할 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 0 1 8 . 4 . 1 (일)                 如     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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