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중 15회, 고 13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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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아버지의 울타리
글쓴이 이세욱  2014-08-13 19:06:37, 조회 : 764

오늘 이른 새벽, 새벽마다 불려가는 곳에 잠시 다녀오느라 잠이 깼다가, 돌아와 다시 자리에 누우면서 불현듯 이 게시글이 떠올랐다. 서정식 장로의 세례축하에 대한 답글을 아직까지 달지 못한 것이 또 마음에 걸린 것이다. 진작부터 답글을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면서도 여지껏 밀려왔는데 어인 연고일까, 오늘 꼭두새벽에 다시 떠오른 것은...? 한동안 뒤척이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

얼마쯤 더 잤을까? 일곱시 쯤인가,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번호를 보니 해외에서 걸려온 것 같았다. 잠결에 받으니 많이 듣던 목소리다. 보통 전화 목소리를 짚어볼 떄 먼저 반가운 이름부터 튀어나오기 마련인데 그러다가 몇 번 헛짚은 뒤로는 애써 참는다. 이번에도 긴가 민가하면서 참았다. 그런데 십수년만에 듣게되는 목소리는 바로 아트란타의 민 루시오(전화 끊고나서 수종이 세례명을 기억해내는데 한참 걸렸는데 맞을거다)였다.

아침에 까치소리를 들으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고 하였는데, 까치소리 대신 새벽녘에 하늘아버지께서 년 전에 받은 영세는 어떻게 된거냐하는 염려를 보내주신 걸까? 아무튼 십수년만에 들려온 친구 목소리는 내 잠을 다 깨웠다. 전화 상으로 다 전할 수 없는 그동안의 소식들 중에 나의 카톨릭세례가 꺼내어졌다. 오랜 카톨릭신자인 수종이가 알고있었던 나에게 있었던 변화를 이야기하던 중에 말이 나왔다. 같은 카톨릭교우가 된 사실이 반가웠겠지... 전화통화 시 길게 말하지 못하고 얼버무린 사연을 여기에 올린다.


3년여 전 부활절, 6개월에 걸친 카톨릭교리 공부를 끝내고 이건육 시몬을 대부로 모시고 세례를 받았었다.  그런데 나는 종교와 관련해서 쉽게 심사가 틀어진다거나 또는 다른 사람의 행동거지에 쉽게 영향을 받는 편인지도 모르지만, 특히 나이들어 시작하는 신양생활이다보니 여러가지 측면에서 부딪치는 부분들이 생기는 것 같다. 낮은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되니 나의 부족한 부분들이 더 돌출되고 또 그것들에 대한 주변의 인식에 대해서 나도 모르게 갖게되는 자격지심에서 문제들이 생겨나는지도 모르지만, 학교와 군대 또는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것보다 신앙생활에 뿌리내리는 일이 더 어려운 것 같다. 다른 사회와 달리 교회에서는 언제든 발길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근본문제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제는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찾아간 성당이라서 많은 생각을 했지만, 세례 받기 전 교리공부시간에 겪었던 개인적인 불쾌한 경험(어쩌면 낮아지지 못한 내 자신의 과민성이 문제였을까?)으로 인하여 또 한번 신앙의 길목에서 주저앉게 되었다. 어머니의 당부였는지라 세례까지는 받았다. 그리고선 지금까지 성당에 가지 못했다. 어머니와의 약속을 저버린 셈이 된 것이다. 다만 구차한 생각일지라도, 어찌됐든 세례라는 절차를 밞았기에 부모님에게로 가는 최소한의 통로는 마련했다고 자위하며 월 1회 교무금 이체라도 잊지않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정들은 작년 어느날 아차산행 시 이건육 시몬 대부(천주교측 대표)와 오건삼 장로(개신교측 대표)에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한 바 있다.


2010년 10월 5일에 산 "일주일이면 악보가 보인다"라는 책이 한 권 나에게 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152쪽의 작은 책인데 15,000원 작은 값이 아니다. 일주일이 아니라 아직도 다 못읽었다. 책 사고 일이년 지나고서야 보았는데, 그 책 속에 다음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한 부족은 성인식에서 큰 옥수수 하나를 따게 한다.
옥수수 밭의 청년들에게 단 하나의 규칙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긴 옥수수 밭고랑을 젊은이들이 가장 큰 옥수수를 따기위해 걷는다.
그러나 대부분 마지막 바구니 속에는 빈 바구니이거나 급하게 딴 초라하고 작은 옥수수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지금이 당신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옥수수를 딸 수 있는 시간이다."


내 바구니를 보니 비어 있었다. '그래 지금부터 급하게라도 무언가 따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던 중에 우연찮게 서울시립대학교 음악대학에서 학사편입생 2명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서울시립대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에 따라 반값등록금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터라 싼 등록금으로 성악공부를 할 수 있겠구나 싶어 두번 생각치않고 응시했다. 대학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떼는 일은 간단했지만 문제는 노래방노래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실기시험만 잘 보면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한달 반 가량 술 끊고, 시립대 피아노과 전공 학생을 소개받아 박자와 음정을 연습했다. 이태리가곡(토스티의 '이상')과 독일어가곡(슈베르트의 세레나데) 각각 한곡 씩...

작년(2013년) 1월 29일, 실기시험을 봤다. 예능계 실기시험은 겉보기부터 겁이 났다. 시험관들은 커텐 뒤에 있어서 누가 있는지, 몇 명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텅 빈 홀에 반주자와 수험생 둘 만이 들어가 닫힌 커텐을 바라보고 노래를 부른다. 내가 거기까지 다녀왔다. 실기시험이 끝나고 면접시험이 시작되었다. 20여 명 수험생이 한 교실에서 대기하다가 순번에 따라 면접장으로 들어가는데 아들.딸 뻘되는 학생들을 번갈아 돌아다보니 모두가 다 나보다 노래를 잘 한 것 같다. 내 번호는 중간 쯤이었다. 그런데 세번째로 내 이름이 불려졌다. 아마도 나이 대접을 해주나보다 생각하며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험관은 두 사람이었다. 음악학과장과 예술체육대학장...

"연세가 많이 되시는군요." 여학장이 응시서류를 보며 내게 말했다.
"네" 내가 대답했다.
"제가 여기 교수님들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데 선생님보다 서너살 아래예요. 그런데 어떻게 어린 학생들과 교수님들과 같이 공부가 되겠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학생들과도 잘 어울리고요."
"인문계도 아니고 예체능계라서 힘드실거예요. 혹시라도 기다리실지 몰라 미리 말씀드리는데 기대하지 마세요." 학장이 덧붙여 말했다.
"정 공부하고 싶으시면 제가 개인적으로 가르쳐드릴께요."
나는 더 이상 어거지부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만약 불합격시키시면 교수님 귀찮게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일어설 수밖에...

혹시라도하고 시험결과를 기다려보았지만 한달 반의 노력은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서 신학기 개학 이후 행여나하는 마음으로 학장에게 전화해보았으나 통화가 되질 않았고, 5월말 경 무작정 학장 연구실로 찾아가 학장을 만나 면담했다. 그 결과, 학장이 지휘하는 교회성가대에 내가 참여하게 되었고 학교에서는 조교로부터 주 1회 가창과 시창 레슨을 받게끔 된 것이다. 당시 교회성가대에 참여하겠다는 나의 의사는 신앙과는 아무 연관이 없었으며 오로지 음악공부를 시작하겠다는 일념에서 나온 것이다.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가련하게 보신 하늘아버지의 은총이셨을까?  이로써 나는 나 자신도 실감하지 못하는 사이에 매주 일요일 새벽 6시반부터 하늘아버지를 찬송하는 찬양대원이 된 것이다. 지난 해 6월 9일 일요일 이후부터.

얼기 설기 잡다해진 글이 되었지만, 2년 전 나의 세례를 위한 이 시몬 대부의 수고와 서 장로의 축하에 대한 감사 그리고 오늘 아침 민 루시오와의 반가운 통화에 대한 보충으로, 또 모든 친구들의 이해를 위해 이 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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